오늘 아침에 결과 뜬 시험이 있었거든.
이전에 같은 시험 처음 봤을 땐 필기 붙었었고, 이번에 다시 본 건 다른 직무라서 솔직히 조금 기대했는데… 딱 켜보니까 다시 회색이더라. 이번엔 합격 두 글자가 아니라서 새로고침은 한 번만 했음.
그래도 막 울거나 그런 건 아니고, 그냥 화면 끄고 침대에 뒤로 쓰러져 있었는데 엄마가 방문 열고
“밥 차려놨다~” 이러고 들어오심.
내 머릿속:
(나 방금 떨어졌는데?)
현실:
“어… 네…” 하고 일어나서 밥 먹으러 감.
식탁에서 아빠는 어제 야구 얘기하고 있고, 엄마는 반찬 왜 안 먹냐 물어보고, 동생은 옆에서 휴대폰으로 게임 영상 틀어놓고 있고. 아무도 오늘 결과 모르는 상태라 그냥 진짜 평소 주말 점심 분위기였어.
근데 그게 이상하게 좀 허무하면서 웃기더라 ㅋㅋ 나 혼자 드라마 찍고 있었나 싶고.
처음으로 필기 붙었을 때는, 합격 화면 캡쳐해서 엄마한테 보내고 난리 났었거든. 엄마가 도시락 반찬 평소보다 더 많이 넣어주고, 아빠도 “오~ 드디어 색깔 바뀌었네” 이러고. 그날은 나도 괜히 책상 정리하면서 주인공 놀이 했는데.
오늘은 그 반대 느낌인데 집은 진짜 아무 변화가 없음. 밥 다 먹고 설거지 도와주는데 엄마가 갑자기
“오늘 공부는 좀 했냐?” 이래서
“응… 좀… 떨어지긴 했고…” 했더니
“그래? 뭐 또 보면 되지. 이거 그릇 여기 좀 놔라.”
끝.
생각보다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니까 처음에는 약간 서운했는데, 또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이게 더 편한 것 같기도 해. 합격했다고 가족 분위기 훅 달라지고, 불합격했다고 집안 공기 싸해지고 이러면 나 숨막힐 것 같거든.
동생은 내가 떨어진 줄 알고 나중에 “야 이번엔 어땠어?” 해서 “떨어짐” 했더니 “아 그래? 너 과자 숨겨놨던 거 내가 먹어도 됨?” 이러고 ㅋㅋ 그 순간에는 좀 열 받다가,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이것도 나름 평화로운 거 아닌가 싶었어. 나 합격했을 때도 그 과자 먹을 생각만 하던 애라서… 일관성은 있네 싶고.
오후에는 그냥 평소처럼 문제집 펴서 오늘 치려고 했던 모의고사 한 세트는 어찌어찌 풀었고, 중간에 집중 안 돼서 합격 캡쳐해놨던 사진이랑 오늘 회색 화면이랑 번갈아 보다가 그냥 둘 다 폴더에 쑤셔 넣었어. 합격이든 불합격이든 결국 내가 다시 문제집 앞에 앉아 있는 건 똑같네 이 생각 들더라.
사실 속으로는 ‘나 이번에 또 떨어졌다고 하면 부모님 표정 달라질까?’ 이런 생각도 잠깐 했는데, 막상 말했을 때 “그래, 공부나 밥 먹듯이 계속 하는 거지 뭐” 이러고 다시 일상 얘기로 넘어가니까… 좀 김 빠지면서도, 동시에 그게 고마웠어. 떨어진 날에도 도시락에 귤 들어가 있는 느낌? 그런 거.
물론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대한다고 해서 내가 안 속상한 건 아닌데,
합격/불합격 한 번마다 집 분위기도 덩달아 롤러코스터 타면, 그게 나중에는 더 버거울 것 같아서.
그래서 오늘 결론:
- 나는 속으로 살짝 시추에이션 드라마 찍었지만,
- 우리 집은 그냥 평상시 회차 방영 중이었고,
- 그게 생각보다 마음을 좀 붙잡아주는 느낌이라 좋았다.
혹시 여기 사람들도 떨어진 날인데 집이나 주변은 너무 평소랑 똑같아서, 나만 다른 세계에 있는 느낌 든 적 있어? 그때 어땠는지 살짝 궁금하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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GreenPass협업 조력형
읽으면서 저도 괜히 마음이 조용해지는 느낌이었어요.
저희 집은 반대라서, 제가 결과 말하면 엄마가 너무 같이 흥분(?)해주시거든요. 붙으면 같이 꺄악, 떨어지면 “아니 왜!!!” 이런 반응이라 처음엔 든든했는데, 몇 번 반복되니까 제가 말 꺼내기가 오히려 부담스러워졌어요.
그래서 요즘은 불합격 났을 땐 그냥 “그냥 그래” 정도로만 말하고, 합격일 때만 캡쳐 보내는 편인데… a7님 글 보니까 저도 약간 저런 평온 모드가 부럽네요.
“떨어지긴 했고… 뭐 또 보면 되지” 이 대화 너무 좋다… 다음에 저도 비슷하게 말해볼까 생각했어요.
CalmLee안정 추구형
불합격인데 주변은 정상 영업 중인 날 공감합니다.
저는 결과 문자 받고 바로 옆 방에서 조카가 "삼촌 이것 봐요" 하면서 레고 자랑하길래, 마음속으로는 멘붕인데 겉으로는 레고 칭찬하고 있었어요. 그때 문득, 이 집 우주의 중심은 내 시험 결과가 아니구나 싶더라구요.
그게 처음엔 좀 허무했는데, 지나고 보니까 그 덕에 빨리 일상으로 복귀한 것 같아요. 떨어진 날에도 밥 먹고, 설거지하고, 애랑 놀고… 이게 쌓여서 멘탈이 유지되는 느낌이랄까요.
"평상시 회차 방영 중"이라는 표현이 딱이네요.
PlanB전략 기획형
저는 반대로 한 번 크게 축하받고 나니까 그 다음부터 말하기가 더 어려워졌어요.
처음 필기 비슷한 거 붙었을 때 부모님이 케이크까지 사오셔서, 그 뒤로는 불합격 말할 때마다 괜히 "저 케이크값 날렸나…" 이런 이상한 죄책감(?)이 생기더라구요. 누구도 그런 말 안 했는데도요.
그래서 요즘은 a7님 집처럼 톤을 좀 낮추는 중이에요. 좋은 소식도, 아쉬운 소식도 그냥 그날 있었던 일 중 하나 정도로만 얘기하려고요. 그게 길게 보면 서로 편한 것 같아요.
동생 과자 일관성 부분에서 웃고 갑니다 ㅋㅋ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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읽으면서 저도 괜히 마음이 조용해지는 느낌이었어요. 저희 집은 반대라서, 제가 결과 말하면 엄마가 너무 같이 흥분(?)해주시거든요. 붙으면 같이 꺄악, 떨어지면 “아니 왜!!!” 이런 반응이라 처음엔 든든했는데, 몇 번 반복되니까 제가 말 꺼내기가 오히려 부담스러워졌어요. 그래서 요즘은 불합격 났을 땐 그냥 “그냥 그래” 정도로만 말하고, 합격일 때만 캡쳐 보내는 편인데… a7님 글 보니까 저도 약간 저런 평온 모드가 부럽네요. “떨어지긴 했고… 뭐 또 보면 되지” 이 대화 너무 좋다… 다음에 저도 비슷하게 말해볼까 생각했어요.
불합격인데 주변은 정상 영업 중인 날 공감합니다. 저는 결과 문자 받고 바로 옆 방에서 조카가 "삼촌 이것 봐요" 하면서 레고 자랑하길래, 마음속으로는 멘붕인데 겉으로는 레고 칭찬하고 있었어요. 그때 문득, 이 집 우주의 중심은 내 시험 결과가 아니구나 싶더라구요. 그게 처음엔 좀 허무했는데, 지나고 보니까 그 덕에 빨리 일상으로 복귀한 것 같아요. 떨어진 날에도 밥 먹고, 설거지하고, 애랑 놀고… 이게 쌓여서 멘탈이 유지되는 느낌이랄까요. "평상시 회차 방영 중"이라는 표현이 딱이네요.
저는 반대로 한 번 크게 축하받고 나니까 그 다음부터 말하기가 더 어려워졌어요. 처음 필기 비슷한 거 붙었을 때 부모님이 케이크까지 사오셔서, 그 뒤로는 불합격 말할 때마다 괜히 "저 케이크값 날렸나…" 이런 이상한 죄책감(?)이 생기더라구요. 누구도 그런 말 안 했는데도요. 그래서 요즘은 a7님 집처럼 톤을 좀 낮추는 중이에요. 좋은 소식도, 아쉬운 소식도 그냥 그날 있었던 일 중 하나 정도로만 얘기하려고요. 그게 길게 보면 서로 편한 것 같아요. 동생 과자 일관성 부분에서 웃고 갑니다 ㅋㅋ